조용한 수다쟁이💜
옥중기, 오스카 와일드 본문
상처 없는 삶은 없다. p.15
어머님의 죽음은 나에게 너무나 참혹한 일이었기 때문에, 한때 어휘의 왕으로 자처했던 나였지만, 나는 나 자신의 고뇌와 부끄러움을 표현해 줄 만한 말을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었다. p.19
영화, 기쁨, 성공, 이런 것들은 그 결이 거칠고 그 올도 보통의 것이지만, 슬픔은 모든 것중에서 가장 예민한 것이다. p.20
지혜도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고, 철학도 그저 짐스러울 뿐이며, 나에게 위안을 주리라 생각했던 금언 구절까지도 그저 입 속의 먼지나 재처럼 덤덤하게 느껴질 때, 그의 사랑스런 침묵의 행동은 나에게 연민의 샘이 솟구치게 해주었다. p.22
신은 나에게 거의 모든 것을 베풀어 주셨다. 나는 천재성과 드높은 명성, 그리고 높은 사회적 지위와 광휘, 또 지적 용기까지 갖추고 있다. p.25
나는 나의 재능을 낭비하기 시작했으며, 어이없게도 유한한 나의 청춘을 탕진하는 데에서 묘한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p.26
나는 날 때부터 도덕률 폐기론자이다. 나는 어떤 법칙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법칙의 에외를 위해서 만들어진 인간 중의 하나인 것이다. 35 판자 침대, 그야말로 죽지 못해 먹는 음식, 손가락 끝이 아픔에 겨워 멍멍해질 때까지 질긴 밧줄을 갈기갈기 쪼개어 뱃밥을 만드는 작업, 이처럼 하루 온종일 해야 되는 노역, 하루하루의 과업을 위해서는 다소 필요한 듯도 한 엄한 명령, 슬픔을 그로테스크한 것으로 여기게 하기에 충분한 소름끼치는 수의, 침묵, 고독, 수치감ㅡ 이런 모든 것을 나는 일종의 정신적인 경험으로 바꾸어 왔던 것이다. p.32
내가 처음 투옥되었을 때, 어떤 사람들이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것을 잊어버리도록 애쓰라고 충고해주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때만 위안을 받았다. p.37
인생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시고 계셨던 나의 어머니는 종종 나에게 괴테의 시구를 인용하셨다. 슬픔 속에서 그의 빵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 눈물에 젖은 채 내일을 갈망하며 밤을 지새워 보지 못한 사람. 이들은 그대를 모를지니, 그대 성스러운 힘이여. p.47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쾌락이란 한 가지도 없다. p.58
만약 새벽이나 한밤중에, 그리고 기쁠 때나 슬플 때 읽을 만한 좌우명 같은 것을 원한다면, 당신은 당신 집 벽에 햇빛 아리서는 금빛으로 빛나고, 달빛 아래선 은빛으로 빛나는 글자로 다음과 같이 써두면 좋으리라.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타인에게도 일어나리라." p.63
그가 "원수를 용서하라"고 말한 것은, 그 원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을 위해서였다. 왜냐하면 사랑은 증오보다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p.72
예술에 있어 낭만적인 운동이 있는 곳에는 어떤 방법이나 형식을 통해서 그리스도나 그의 영혼이 깃들여 있다. p.73
나는 <도리언 그레이>에서 이 세상의 가장 큰 죄는 두뇌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실은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두뇌 속이지만) 말했다. (중략) 양귀비가 붉다는 것, 사과가 향기롭다는 것, 종달새가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곳은 어디까지나 두뇌 속인 것이다. p.81
"나의 삶은 이제 완결됐으며 완성되었고 완벽하게 끝났노라" 101 베를렌과 크로포트킨. p.84
나는 거의 반 시간 동안이나 회색빛 11월의 빗줄기 속에서 비웃고 있는 군중들에 둘려싸여 있었다. (중략) 감옥에 있으면서도 울지 않는 날이란 마음이 즐거운 날이 아니라 마음이 완전히 굳어 버린 날인 것이다. p.109
고티에처럼 나는 항상 '나를 위해 이 세계는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인 것이다. p.121
대자연은 내가 어둠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밤 하늘에 별을 매달아 줄 것이고, 그 누구도 나를 쫓아와 상처를 주지 못하도록 바람을 보내 나의 발자국을 지워 줄 것이다. '대자연'은 대양의 물로 나를 씻어 줄 것이며, 쓴 약초로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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