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수다쟁이💜
그림의 이면, 씨부라파 (태국,1주차) 본문
그림의 이면, 씨부라파(태국)
독서 모임을 통해 거의 모든 국가의 국민 작품은 읽어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동남아시아의 문학은 생소했는데 사실 번역, 출간된 작품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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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스스로 동남아시아 문학에 대해 읽는 소모임을 열었습니다.
우선 동남아시아 4개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과 인도를 각 1주, 2주 동안 한 국가씩 책, 영화, 음악, 미술, 시사, 스포츠 등 다방면의 방법을 통해 집중적으로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책 선정은 가급적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작품,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잘 반영하였으며, 번역 출간되어 비교적 접근성이 용이한 작품으로 장하려고 했습니다.
3월 1주차 태국 여정의 첫 책은 『그림의 이면』 입니다. 저자의 필명이 강렬해서 꽂혔습니다? 분량도 부담이 없었구요.
이 작품은 태국의 정치적 격변기에 이뤄지지 않은, 신분, 나이, 거리 무엇보다 사랑의 시차로 인한엇갈린 사랑을 그려 낸 장편 소설로, 1드라마(1981),영화 (1984,2001), 뮤지컬(2008,2018)로 제작되었습니다.
씨부라파는 태국 국민 작가입니다. 1905년 방콕에서 태어난 그는 1923년부터 ‘씨부라파’라는 필명을 사용했습니다. 1934년에는 태국 전통에 따라 벤짜마버핏 사원에서 3개월간 승려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1936년에는 「아사히 신문」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하여 6개월간 체류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후에 『그림의 이면』 집필에 영감을 준 것 같습니다.
씨부라파는 독재에 반대하는 기사를 주로 썼으며 일본과의 협력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반역죄로 정부에 체포되어 3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습니다. 이후 1974년 폐렴 및 관상동맥질환으로 사망 후 씨부라파재단이 설립되었으며, 매년 작가와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씨부라파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 없이 죽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족하다”
아마도 이떄 태국에서는 "희고, 조금은 살집이 있는" 여성이 인기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역시, 실연에는 시간이 약인가.
책을 읽다가 소소한 이벤트도 떠올랐습니다.
<오타와 오타의 갯수 맞추기> 정답은 태국 여정이 끝나면 댓글로 공개하려고 합니다. 물론 출판사에도 제보할 겁니다.
최소한 전자책에는 수정이 가능할 것 같아서요.
상품은 3주차에 여행할 인도네시아 국민 소설 <판데르익호의 침몰, 함카> 입니다.
#그림의이면_씨부라파#소설#태국#책으로떠나는세계여행#동남아시아#랜선여행#소모임#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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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그림을 가져와 서재에 걸어 둔 지 3일이 지나고서야 쁘리가 알아차렸다. _첫 문장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만약 당신이 사 왔다면 좀 의아했을 거예요. 지극히 평범한 그림으로 보이니까요. 공교롭게도 나는 이 그림에서 아무런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내 안목이 낮아서 그림의 아름다움을 못 보는 것일 수도 있죠."
"이런 수채화는 너무 가까이서 보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소. 하지만 조금 멀리서 본다면 다른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거요." p.9
어쨌든 쁘리와 다른 사람 모두가 그 그림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림이라고 쁘리가 말했듯 말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 그리고 오직 나 혼자만이 - 그 사람들과는 정반대로 생각했다. 나는 그 그림의 이면에는 인생이 있고, 그 인생이 나의 마음에 새겨져 있음을 알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 그림의 이면은 판지 한 장이고, 그 뒤는 벽이다. 그러니 어찌 그걸 그저 평범한 그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겠는가? (중략) 나는 작가가 정성을 쏟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인생을 담아 그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하게 보이는 고요한 그림 속의 모든 움직임을 본다. 첫 장부터 바로 최근에 아주 슬프게 막을 내린 마지막 장까지. 모든 장면, 모든 순간의 움직임을 말이다. p.10
한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와 착 달라붙은 첫날의 일들과 여러 감정은 내 기억에서 잊힐 날 없이 살아 있을 것이다. 자그마한 하얀 꽃송이가 있는 남색 복장에 흰 모자, 그리고 하얀 신발은 내 마음에 들어와 아로새겨진 숙녀의 첫 옷차림이었다. 내가 우아하고 매우 품위 있다고 느낀 차림이다. p.18
여하튼 나는 끼라띠 여사의 경호원과 마찬가지의 명예를 부여받은 데에 특별히 높은 자부심을 느꼈다. 내 느낌으로는 끼라띠 여사 스스로도 모든 사람이 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시종일관 조용하고 온화한 자태를 보였지만, 누구든 옅은 분홍빛 얼굴 전체에 어린 그녀의 즐거움을 볼수 있었을 것이다. p.22
"내 손을 놓아도 되네.” 끼라띠 여사가 말했을 때 내가 여전히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놀라서 작고 부드러운 손을 놓았지만 이상한 감정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고동쳤다. 그 조그만 손에 어떤 힘이 숨어 있기에 내 몸에서 나를 잡아 끌어내어 나 자신으로부터 멀리 떠나가도록 했을까? 그녀를 떠나온 지 몇 시간이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손길의 어떤 힘이 여전히 내 마음을 단단히 묶어 두고 있었다. p.35
"그만, 그만해.˝ 그녀는 내가 입을 다물도록 손을 내저었다. "자네와 더 이상 이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아는가? 놉펀, 자네는 계속해서 나를 격찬하려고 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자네를 망칠 걸세.˝ p.38
결국 집으로 돌아와 몸을 뉘었을 때 나는 자문했다. 무슨 이유로 나는 끼라띠 여사의 사생활을 골똘히 고민하고 있는가? 그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할 어떤 의무나 필요성이 내게 있는가? 당시 내가 스스로를 그녀의 친한 친구라고 여겼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이 어떤 걱정이 있다고 전혀 표현하지 않았고, 나에게 그녀와 관련된 어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는 말을 입으로 꺼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의 개인적인 일을 깊이 고민해야만 할 무슨 이유가 있는가? 스스로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떨쳐 내어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이는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p.40
나는 그녀의 얼굴을 마음을 강하게 잡아끄는 그녀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시간에는 다른 것을 떠올린 적이 없노라고, 다른 것을 생각하기가 어렵다고 대답하고 싶었고, 거의 말할 뻔했다. 하지만 감히 직설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무슨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나 스스로도 아직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p.44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건 간에 나는 모두 좋아해. 하지만 바로 그거야. 나는 아름다움을 보는 경향이 있어. 거의 모든 것은 관찰할 만하고 구경할 만해. 예컨대 이 호숫가의 잔물결이 이는 수면 역시 나에게는 흥미로워. 나는 아름다움을 사랑해.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결점과 시듦이 없는 상쾌한 감정을 발생시키기 때문이지." p.47
"나는 아름다움을 사랑해.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결점과 시듦이 없는 상쾌한 감정을 발생시키기 때문이지." p.48
“내 손을 놓아도 되네.” 끼라띠 여사가 말했을 때 내가 여전히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놀라서 작고 부드러운 손을 놓았지만 이상한 감정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고동쳤다. 그 조그만 손에 어떤 힘이 숨어 있기에 내 몸에서 나를 잡아 끌어내어 나 자신으로부터 멀리 떠나가도록 했을까? 그녀를 떠나온 지 몇 시간이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손길의 어떤 힘이 여전히 내 마음을 단단히 묶어 두고 있었다. p.53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 행복의 어머니라고 믿지. 내 생각엔 그게 항상 진짜는 아니야. 사랑은 인생에 고통 또는 온갖 상처가 생겨나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런 사랑을 가진 사람의 마음에는 영원히 지속되는 달콤한 감로수가 있을 거야. 경이롭게 감동적인 달콤함이지. 나는 아직 이걸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어. 나는 오직 내 믿음에 따라 말하는 거야."
"···나는 갈구하고자 하는 희망을 의미했을 뿐, 사랑을 추구하지 않네. 네게 그럴 권리가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내가 추구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인생에 사랑이 찾아올지 말지는 나는 알 수도 없고 장담할 수도 없어. 내가 이미 행복할 수 있는 것도 맞겠지만, 사랑 없는 행복 역시 존재할 수 있음을 자네가 제발 믿어 주길 바라네."
""···자네도 잊지 말게. 덤불 속 새 두 마리를 얻기를 바라기보다는 손 안에 있는 새 한 마리를 갖는 게 더 낫다는 걸. 사랑 없이 행복하게 지내는 게 행복 없는 사랑을 갈망하고 근심하는 것보다 나을 거야." p.63
"왜냐하면 그분의 사랑은 그분의 노년과 함께 말라 버렸기 때문이야. 사랑할 나이는 이미 그분을 지나가 버렸지. 이제 그분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몰라. 그분은 나를 사랑할 수 없어. 그분에게는 사랑—내 이상 속 사랑으로 만들어 낼 것이 없기 때문이야." p.64
나는 아직도 그날의 감정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기뻤는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어떤 감정이 나의 행복을 방해했다. 그것은 시시각각 가장 강렬한 무엇인가가 일어날 거라는 두려움으로 내 심장을 빠르게 뛰게 했다. 두려움이 가슴속을 오르내렸다. 나는 그걸 꽉 눌러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상당히 힘에 부쳤다. 그것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웠다, 그저 기다릴 수밖에. 나는 지쳤고 피곤했고 행복했다. p.77
"실제로는 자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야. 자네는 여자들의 일을 다 이해하지는 못할 거야. 자네가 내가 쓸데없는 일에 하루에 몇 시간씩 쓴다고 성급하게 판단해서 비난하지 않기를 바라네. 자네는 여자들을 가엾게 여겨야 해. 여자들이 태어나 세상의 장식품이 되고 세상을 기쁘게 하도록 남자들이 정했어. 그리고 그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여자는 외모를 소중하게 가꿔둬야 하지. 물론 이것이 여성의 유일한 역할도 아니고 역할의 전부도 아니야. 하지만 자네는 그것이 우리의 역할 중 하나라는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걸세." p.85
"그분의 시간은 당신이 인생에서 어떤 이상을 만들어 내기에는 너무 적게 남았어. 그분은 달빛이나 호수 그리고 구애의 말에도 관심이 없어. 그분은 아름다운 것을 동경할 마음이 없어. 그분에겐 미래가 없어. 과거와 현재만 있을 뿐이야. 자네는 거기에서 어떻게 사랑이 생겨나기를 기대할 수 있지? 시멘트 길에서는 장미꽃이 피어나지 않는다네, 그대여.˝ p.93
"저는 굉장히 난처합니다. 여사님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제가 만회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랑이 저를 능가하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만 확실히 압니다. 제 행동이 윤리에 어긋났다고 해도 저는 자연법칙의 통제에 놓여 있을 뿐입니다.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사랑과 마주했을 때 저는 피해 나올 수 없었고 궁지에 몰렸습니다. 여사님께 부탁드립니다. 제발 이유를 가져와 말하지 마세요. 제발 윤리를 가져와 말하지 마세요. 저는 응수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것들은 자연법칙 이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언제나 자연법칙의 통제 안에 있습니다." p.96-97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 제가 순수하게 저절로 생겨난 사랑, 불쌍하고 애처로운 무고한 사랑을 억눌러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랑을 그렇게 대할 수 없습니다." p.107
"내 좋은 사람이여. 마지막으로 내 조언을 받아들이길 바라. 자네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업을 위해 조국을 떠나 일본에 왔어. 자네의 목표를 정확하게 기억해야 하고 견고하게 잡고 있어야 하네. 지난 두 달 동안 자네와 나 사이의 관계는 잊어버리게. 그건 꿈이라고 생각하게." p.111
나에 대한 강렬한 감정은 적당한 때가 되면 점차 사라져 갈 것이고, 결국 나는 자네 인생에서 중요한 무엇이 아니게 될 거야. 그러면 족쇄 없이 아름답고 순수한 청년의 감정과 행복이 예전처럼 놉펀의 마음으로 돌아올 거야. 나는 그 시간을 기도하며 기다려. p.124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 다른 한 사람의 인생에서는 가장 의미 있는 것임에 내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가련하도다, 인생이여. p.130
나는 끼라띠 여사가 그 편지 속에 어떤 심오한 감정을 숨겼음을 전혀 알아차리고 인식하지 못했다. 인생의 세심함과 은밀함이란, 그 당시에 알기에는 나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p.135
그런데 나는 그다지 확신할 수 없다고 봐. 왜냐하면 아티깐버디 공이 죽은 이후에 여사가 사교 활동을 즐기지 않는 것 같다고 들었거든. 그녀는 조신하게 생활하면서 아티깐버디 공의 친한 친구들 모두의 칭찬을 받고 있어. 최근에는 누군가가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고 결혼을 타진했을 정도였는데 여사가 거절한것 같다고 들었고, 사람들은 그녀가 마음속에 은밀한 뭔가를 간직한 사람인 것 같다고들 말해. p.142
생각해 보면 스스로에게 이상함을 금할 수 없어. 왜냐하면 지나온 시간에 내 행복을 이루었던 중요한 부분은 나에게 일어난 실제의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단지 어떤 것에 대한 희망 또는 기대였기 때문이지. 지금에 와서도 내 삶은 아직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네. 진정한 행복은 여전히 앞날에 표류하고 있어. 나는 그것을 잡으려고 쫓아가고 희망하지. 그리고 기다리고 있어. p.151
"맞아, 자네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자네는 우리가 알게 된 첫날부터 나를 이해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녀의 눈빛에 비웃는 듯한 감정이 보이는 듯했다. ˝제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또 뭐가 있는지 제발 저한테 말씀해 주십시오.˝ ˝자네는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해. 전부 이해하지 못해. 자네 자신조차도 이해하지 못해.˝ p.170
"재 사랑이 그곳에서 태어났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우리의 사랑이야, 놉펀." 말하고 나서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자네의 사랑은 그곳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죽었지.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의 것은 죽어 가는 몸에서 여전히 자라나고 있어." p.171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 없이 죽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족하다. _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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